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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by giornata 2024. 12. 6.

리처드 바크(Richard David Bach) 미국의 비행사, 작가, 철학자

2024년 88세

 

1936년 미국 일리노이 주 오크파크에서 출생

1957년 공군 하사로 임관 (21살)

1970년 갈매기의 꿈 초판 출간 (34살) 1972년 베스트 셀러

1974년 공군 중위로 예편 (38살)

 

다른 작품

『환상』 『소울메이트』 『하나』 『영원의 다리』

페렛 시리즈 『천국을 나는 비행기』 『폭풍 속의 구조』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 『언덕 위의 푸른 목장』 『마지막 전쟁』

 

1970년(초판) / 2014년 (개정판)

1973년(한국어 초판) / 2015년(한국어 개정판 \ 옮긴이 공경희)

 

1

“왜 그러니, 존? 왜 그래? 여느 새들처럼 사는 게 왜 그리 어려운 게냐, 존? 저공비행은 펠리컨이나 알바트로스에게 맡기면 안 되겠니? 왜 먹지 않는 게냐? 얘야, 비쩍 마른 것 좀 봐라!”
“비쩍 말라도 상관없어요, 엄마. 저는 공중에서 무얼 할 수 있고, 무얼 할 수 없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그냥 알고 싶어요.”  p15

그는 생기 넘쳤고 기쁨에 파르르 떨었고, 두려움이 통제되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러다가 요란을 떨지 않고, 앞날개를 접고 짧고 각진 날개 끝을 뻗어 바다 쪽으로 곧장 날아 내려갔다. 1,200미터 상공을 지날 즈음, 조나단은 한계속도에 도달했고, 바람이 소리치는 철벽같아서 더 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시속 344킬로미터로 곧장 강하하고 있었다. 그 속도에서 날개가 펴지면 몸이 산산조각 난다는 것을 알기에 조나단은 침을 삼켰다. 하지만 속도는 힘이었고, 속도는 환희였으며, 속도는 순수한 아름다움이었다.  p26~27

2

하루하루 지나면서 조나단은 떠나온 생과 다름없이 이곳에서도 비행에 대해 배울 게 많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차이가 있었다. 이곳의 갈매기들은 조나단처럼 생각했다. 각자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에 노력해서 완벽에 도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바로 비행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위풍당당한 새였고, 매일 몇 시간이고 비행하고 어려운 기술들을 시험하며 보냈다.  p55

비행의 의미를 배에서 나오는 부스러기나 먹으러 가는 수단 이상으로 보고, 자신의 한계를 깨려고 애쓰는 갈매기가 있을까? 어쩌면 부족 앞에서 진실을 말한 탓에 추방된 갈매기가 있을지도 몰랐다. 조나단은 친절에 대해 배운 것을 수련하고 사랑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할수록, 더욱 지상에 돌아가고 싶어졌다. 외로운 과거를 보냈지만 갈매기 조나단은 타고난 선생이었고, 제힘으로 진실을 터득할 기회를 구하는 갈매기에게 그가 아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조나단이 사랑을 펼치는 방식이었다.  p74

3

그래서 그날 아침 여덟 마리의 갈매기는 날개 끝이 겹칠 만큼 붙어서 이중 다이아몬드 대형으로 서쪽에서 날아갔다. 그들은 시속 217킬로미터의 속도로 부족 회의 장소인 해안으로 날아들었다. 조나단이 선두에, 플레처가 오른편에, 헨리 캘빈은 투지 있게 왼편에 섰다. 편대 전체가 한몸처럼 오른쪽으로 완횡전하다가…… 수평으로…… 거기서…… 배면…… 거기서…… 수평으로…… 바람이 모두를 매섭게 몰아쳤다.
편대가 거대한 칼이 되어 갈매기 부족의 꽥꽥 깍깍대는 일상적인 소리를 베어버린 듯 조용했고, 8천 개의 눈이 깜빡임 하나 없이 지켜보았다. 여덟 갈매기가 차례로 급상승해서 크게 공중회전하고 쭉 날아서 모래밭에 천천히 선 자세로 내렸다.  p92~93

“어떤 새에게 그가 자유롭다고, 잠시 수련에 힘쓰면 그것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일이 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울까? 왜 그리도 힘이 들까?”  p105

4

200년이 지나지 않아 성스럽다는 간단한 말로 일상의 수행에서 조나단의 가르침은 거의 다 빠졌고, 모래벼룩보다 미천한 평범한 갈매기들의 열망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나단의 이름으로 생긴 의식과 의례는 극단적이 되었다. 생각하는 갈매기라면 돌무덤을 보지 않으려고 하늘에서 항로를 바꾸었다. 노력하고 훌륭해지기보다는 실패를 변명하려는 이들이 허례와 미신 위에 세운 게 돌무덤이었다. 생각하는 갈매기들은 역설적으로 ‘비행’, ‘ 돌무덤’, ‘ 위대한 갈매기’, ‘ 조나단’ 같은 말에 마음을 닫았다. 그들은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조나단 이후 가장 명쾌하고 정직한 새들이었다. 하지만 조나단의 이름이나 ‘고위 지역 제자’들이 함부로 만든 다른 용어들이 언급되면, 그들의 마음은 트랩도어가 쾅 닫히듯 쾅 닫혀버렸다. p127

열쇠가 있었고, 갈매기 앤서니는 그 순간 그 말을 내뱉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해답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지금 말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새를 따를 수만 있다면 감사하며 기꺼이 목숨을 내놓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영향을 주는, 삶에 훌륭함과 기쁨을 주는 몇 가지 답을 제시하는 새가 있다면! 그 새를 찾기 전까지 삶은 목적 없이 우중충하고 황량하고 불합리했다. 모든 갈매기는 피와 깃털을 대충 모아 놓은, 망각으로 향하는 존재로 남을 터였다.  p131~136

 

리처드 바크 저/러셀 먼슨 사진/공경희  | 나무옆의자 | 2018년 06월 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