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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_ 내가 가졌던 질문에 소설로 답을 듣다

by giornata 2024. 11. 5.

소설을 읽으며 가졌던 질문에 소설가는 소설로 답을 하는구나 느꼈다.

한강 작가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 '세상에 정답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진다'고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한강 작가의 몇 권의 책을 읽으며, 한가지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너무 과거의 아픔과 상처 속에 머물고 있는 것을 아닐까?'

 

그 대답을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들었다

 

 

간병인이 바늘 하나를 소독한 뒤 인선의 집게손가락에 가져가, 아직 피가 굳지 않은 봉합된 자리를 서슴없이 찔렀기 때문이다. 인선의 손과 입술이 동시에 떨렸다. 간병인이 두번째 바늘을 알코올에 적신 솜으로 소독하는 것을, 좀전처럼 인선의 중지를 찔러 상처를 내는 것을 나는 보았다. 간병인이 두 개의 바늘을 다시 소독한 뒤 상자에 넣었을 때에야 인선은 입술을 떼었다.
  수술은 잘됐대.
  여전히 속삭이고 있었지만, 통증을 참기 위해 힘을 줘서인지 이따금씩 가느다란 유성음이 단어 사이로 새어들었다.
  이제부터 중요한 건 피가 멈추지 않게 하는 거야.
  그녀가 온 힘을 다해 속삭여 말하고 있었기 때문에, 병실 입구 쪽에 걸린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참을 수 없이 거슬렸다.
  봉합 부위에 딱지가 앉으면 안 된대. 계속 피가 흐르고 내가 통증을 느껴야 한대. 안 그러면 잘린 신경 위쪽이 죽어버린다고 했어.
  멍하게 나는 되물었다.
  ……신경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불쑥 인선의 얼굴이 아이처럼 밝아져 하마터면 함께 웃을 뻔했다.
  뭐, 썩는 거지. 수술한 위쪽 마디가.

 

저는 간병인 입니다.

봉합 부위에 딱지가 않지 않도록, 계속 피가 흐르고 통증을 느껴, 잘린 신경 위쪽이 죽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썩어 버리기에...

 

역사 속 사건 후 꿰매어 봉합되었어도 계속 피가 흐르고 통증을 느껴야 그 잘렸던 부위가 죽어버리지 않도록

썩어 문드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바늘로 찔러 상처를 내는 

간병인 

소설가의 소명입니다

라고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한 장면을 통해 작가의 대답을 들은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