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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톨스토이의 단편 '세 죽음'

by giornata 2024. 11. 2.

2024년 11월 2일 아침

와이프와 몇일 전에 읽었던 톨스토이의 '세 죽음' 단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와이프는 안 읽은 줄 알았는데, 같이 읽었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같이 수록된 단편으로 책 소개 블로그를 읽었다고 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자신이 누워있는 자리조차 식모의 의자인 마부의 죽음

부유한 가문의 여주인의 죽음

그리고 마부의 묘비 십자가를 위해 벌목을 당한 나무의 죽음

 

 

도끼는 아래에서 점점 더 둔탁하게 울렸고, 이슬에 젖은 풀 위로는 싱싱하고 하얀 나무 조각이 날아다녔다. 도끼 찍는 소리에 나무 갈라지는 소리가 뒤이어 들렸다. 나무는 온몸을 떨고 꺾였다가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와 뿌리까지 무섭게 비틀거렸다. 잠시 모든 것이 조용했지만, 나무가 다시 꺾이고 줄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큰 가지를 부러뜨리고 작은 가지를 떨구며 젖은 땅 위로 쓰러졌다. 도끼 찍는 소리와 발소리가 멈췄다. 개똥지빠귀는 휘파람을 불더니 조금 더 높이 날아올랐다. 새가 매달려 있던 가지는 한동안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나머지 가지처럼 잎사귀들을 단 채 잠잠해졌다. 다른 나무들은 이 새로 얻은 자유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는 가지들을 한층 더 즐겁게 뽐냈다.

  첫 번째 햇살이 구름을 뚫고 하늘에서 광채를 발하며 대지와 하늘을 가로질렀다. 안개가 파도처럼 골짜기에 넘실거리고, 이슬이 반짝이며 풀 위에서 즐겁게 장난을 치고, 투명할 정도로 하얘진 구름이 서둘러 푸르고 둥근 하늘을 따라 내달렸다. 새들은 숲속에서 쉬지 않고 떼 지어 다니고, 마치 길 잃은 듯 즐겁게 조용히 속삭였다. 싱싱한 이파리들은 우듬지에서 즐겁게 조용히 속삭이고, 살아 있는 나무들에 달린 가지들이 천천히 위엄있게 쓰러진 죽은 나무 위에서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 레프 톨스토이, 윤우섭 저>

 

톨스토이의 죽음에 대한 세 작품 중에 단편 '세 죽음'의 마지막 죽음 나무의 죽음

새가 매달려 있던 가지는 한동안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나머지 가지처럼 잎사귀들을 단 채 잠잠해졌다. 다른 나무들은 이 새로 얻은 자유 공간에서 움직이지 않는 가지들을 한층 더 즐겁게 뽐냈다. ... 싱싱한 이파리들은 우듬지에서 즐겁게 조용히 속삭이고, 살아 있는 나무들에 달린 가지들이 천천히 위엄있게 쓰러진 죽은 나무 위에서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하나의 죽음은 또다른 생명 다음 세대로의 연결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최근에 들었던 '멸종이 있었기에 지금이 인류가 있을 수 있다.' 

 

와이프와 책 이야기를 나누고 대화할 수 있다는 행복한 오전 이었다.

햇살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