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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쳇바퀴 같은 삶의 물음표, 양귀자 『모순』을 읽고

by 책제재 2025. 6. 23.

우리네 인생은 무수한 선택의 연속입니다. 아침에 눈을 떠 잠자리에 들기까지, 사소한 결정부터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대한 선택까지. 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가 항상 우리가 기대하는 바와 일치하던가요? 때로는 최선이라 믿었던 길이 후회로 남고, 무심코 내디딘 발걸음이 뜻밖의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아이러니로 가득한 삶의 본질을 예리하게 파고든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1998년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양귀자 작가의 스테디셀러, 『모순』입니다.

소설은 스물다섯 살의 주인공 '안진진'의 시선을 통해 삶의 다채로운 모순을 그려냅니다. 진진의 삶은 그야말로 모순 덩어리입니다. 가난하지만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엄마와 부유하지만 권태로운 삶을 사는 이모는 일란성쌍둥이로, 같은 유전자를 가졌지만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다른 두 사람의 삶은 진진에게 '어떤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진진의 고민은 두 명의 남자를 만나면서 더욱 깊어집니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삶을 상징하는 '나영규'와 가난하지만 뜨거운 사랑을 품은 '김장우'. 진진은 이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신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지 고뇌합니다. 이는 단순히 연애 상대를 고르는 문제를 넘어, 어떤 가치관을 선택하고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집니다.

『모순』이 오랜 시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비단 흥미로운 서사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소설 곳곳에 녹아 있는 삶에 대한 통찰력 넘치는 문장들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보지 않은 삶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작가는 진진의 목소리를 빌려, 완벽한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의 결과가 아니라 선택의 과정 그 자체이며, 그 속에서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탐구해나가는 자세임을 이야기합니다.

소설은 행복과 불행, 풍요와 빈곤, 사랑과 증오 등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대립적인 가치들이 사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모순'의 진정한 의미일 것입니다.

책을 덮고 나면, 독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될 것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거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양귀자의 『모순』을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안진진의 치열한 고민과 성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삶의 모순을 껴안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