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도 두렵고 죽는 것도 두렵다.”
이 문장은 단순한 감정의 토로가 아니다. 현대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조용히 요동치는 실존적 두려움을 직면한 진실한 고백이다.
전세희 작가의 『사는 것도 두렵고 죽는 것도 두려운 당신에게』는 우울, 불안, 공허함 속에서도 삶을 끝내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깊은 사유와 다정한 안내서다.
“나는 누구인가요?” – 존재에 대한 첫 번째 질문
1부의 시작은 “당신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이다.
작가는 우리가 지금까지의 삶에서 ‘자신’이라고 믿고 살아온 정체성의 대부분이 사실은 사회적 역할, 타인의 시선, 무의식적 습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생각과 감정은 무의식의 프로그램일 뿐이며, ‘소유’란 생각의 집착일 뿐이다.” (p.35, p.39)
무엇인가를 얻고, 높아지고, 멋져 보이려 애쓰지만
“아무리 번쩍이는 것들을 덧붙여도 그것이 진짜 내가 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p.60)
그래서 성공 이후에도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가 – 에고가 만들어 낸 환영
2부는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의 근원을 파헤친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미움받지 않기 위해”, “병들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두려움을 학습한다. (p.67)
그러나 진정 우리를 두렵게 하는 건 지금 이 순간의 현실이 아니라, 머릿속의 생각들이다.
죽음마저 두려운 이유는 육신이 아니라 에고가 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p.72)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죽음은 그렇게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그저 “삶에서 불필요한 순간은 단 한 순간도 없으며, 모든 사건은 존재의 일부”일 뿐이다. (p.90)
세상과 타인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
3부에서는 타인과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기본적인 관점을 해체한다.
외부에 존재하는 전지전능한 존재, 나를 구원해 줄 누군가를 기대하며 사는 태도는 결국 내면의 힘을 외면하게 만든다.
“진정한 구원은 외부가 아닌 자기 안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애초에 무엇으로부터도 구원받을 필요 없는 완전한 존재다. (p.110)
또한 저자는 “지금 당신을 가장 괴롭게 하는 그 사람이 당신 삶의 붓다”라고 말한다. (p.123)
고통과 갈등은 우리의 인식이 만든 이야기일 뿐이며,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일 뿐이다.
“문제”는 실제 사건이 아니라, 내가 부여한 해석
4부는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삶이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만 없다면 모든 것은 그대로 좋다.” (p.151)
‘문제’라는 개념조차도 생각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허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자꾸만 동일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그래서 같은 괴로움에 갇히게 된다.
삶은 연극이다. 무대에 서 있을 땐 정극 같지만, 멀리 떨어져 관객의 시선으로 보면 시트콤이다. (p.99)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기
책의 마지막 5~6부는 현재에 머무는 존재의 상태에 대해 강조한다.
행복은 “얼마나 소유했는가, 얼마나 올라갔는가”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자신과 세상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p.27)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 바로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며, “과거와 미래는 실재하지 않는다.” (p.153, p.185)
작가는 우리가 몸으로 살아내는 체험의 삶을 강조한다.
“생각 속 세상은 필름 속에 갇힌 삶일 뿐, 진짜 삶은 느끼고 경험해야 한다.” (p.256)
그리고 결국, “삶에 정해진 의미는 없으며,
세상은 당신에 의해, 당신을 위해, 당신의 세상으로 펼쳐진다.” (p.253)
추천 대상
-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존감을 잃은 사람
- 불안과 두려움 속에서도 삶을 버티고 있는 사람
- 삶의 본질, 나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싶은 독자
- 명상, 비우기, 내면의 평화에 관심 있는 사람
『사는 것도 두렵고 죽는 것도 두려운 당신에게』는 단순한 위로나 현실 조언을 넘어서,
삶과 존재에 대한 관점 그 자체를 뒤흔드는 깊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당신의 상처를 낫게 하진 않을지라도,
그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도록 곁에 있어준다.
당신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이 책의 목소리는,
오늘도 조용히 살아내고 있는 누군가의 가슴에 따뜻하게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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