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누구나 한 번쯤, 혹은 자주, 이런 질문들 앞에서 막막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미래와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 때, 우리는 종종 현명한 선배나 친구의 조언을 구하고 싶어진다.
바로 그럴 때,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김영하 작가가 신작 에세이 『단 한 번의 삶』과 함께 우리를 찾아왔다. 그의 이전 작품인 『여행의 이유』나 『말하다』, 『보다』, 『읽다』 시리즈를 사랑했던 독자라면, 이번 책 역시 그의 통찰과 위트를 만끽할 수 있는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감각'으로, '소유'보다 '경험'으로
이번 에세이집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니, 생각 속에 갇혀 있기보다 직접 부딪히고 경험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작가는 서문에서부터 '단 한 번의 삶'이라는 제목이 주는 비장함 대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삶을 더 가볍고 유쾌한 실험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 일단 문밖으로 나가 걷고, 맛보고, 느끼고, 사람들을 만나며 '나만의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우리는 우리가 읽은 책과 우리가 한 여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 속의 이 문장처럼, 그는 지식과 정보의 습득을 넘어선 '체험'과 '감각'이야말로 AI 시대에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고유한 자산임을 거듭 강조한다. '무엇을 할까'를 끝없이 고민하기보다, '일단 해보자'는 그의 제안은 머릿속만 복잡했던 우리에게 시원한 죽비 같은 깨달음을 준다.
AI 시대,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 써야 하는 이유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AI와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졌던 창작까지 넘보는 시대. 많은 이들이 '이제 인간의 글쓰기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영하 작가는 명쾌하게 답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장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을 뿐, 직접 세상을 겪으며 얻은 고유한 체험과 거기서 비롯된 '진짜 감정'을 담아낼 수는 없다고. 오히려 이런 시대일수록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나의 실패와 성공, 기쁨과 슬픔이 녹아 있는 이야기'**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글쓰기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일, 관계, 모든 삶의 영역에서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어진다.
👍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며 번아웃을 느끼는 직장인
- 세상의 정답이 아닌, **'나만의 답'**을 찾고 싶은 청춘
- 김영하 작가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다정한 문장을 좋아하는 분
-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거대한 질문 앞에서 일단 한 걸음을 내딛을 용기가 필요한 모든 이
『단 한 번의 삶』은 인생의 정답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오히려 "정답은 없으니, 당신만의 오답 노트를 마음껏 채워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유쾌한 안내서에 가깝다.
책을 덮고 나면, 거창한 계획 대신 당장 오늘 저녁 새로운 산책길을 걸어보고 싶고, 미뤄뒀던 취미를 시작해보고 싶고, 소중한 사람에게 서툴더라도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써보고 싶어진다.
당신의 '단 한 번뿐인 삶'이 무료하게 느껴진다면, 김영하 작가가 건네는 이 다정한 질문들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당신의 삶을 채울 다음 '경험'을 즐겁게 계획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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